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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스밀(Noah's Mill) 하이볼 오늘은 오래간만에 하이볼 제조에 나섰다. 베이스가 될 원주는 지난주에 개봉한 노아스밀(Noah's Mill). 보틀은 한번 개봉하면 2주 이상을 가지 않는다. 이렇게 남획하듯 먹어댄 까닭에 남아 있는 콜렉션이 없다. 얼음을 채운 다운 노아스밀을 돌돌돌 따라본다. 차가운 얼음 표면에 닿자마자 진득한 버본 향기가 올라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탄산은 진저 에일로 하는 것이 내가 들인 습관이었는데, 위스키의 개성이 강할 수록 토닉은 뉴트럴한 계열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캐나다 드라이로 선택했다. 토닉 워터를 부은 다음 그 위에 다시 위스키를 첨잔해 스터를 할 때 잘 섞이도록 한다. 맛을 보면 여태껏 만들어본 하이볼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하이볼이었다.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버번향과 피니쉬에서 다크 체리와 삼..
19년 스페인 여행 - 세비야 대성당 / 스페인 광장 세비야에 도착한 이튿날 여정은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이었다. 오후 10시가 지나야 지기 시작하는 이곳 태양의 성질 덕분에 세비야에서의 본격적 아침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도처의 어느 국가들은 써머타임이라고 해서 태양이 주는 빛을 남김없이 이용하려고 하는 반면에, 햇살이 과잉으로 넘쳐나는 이곳엔 태양에 대한 효율적 관념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전날 자정까지 마치 오늘인양 떠들썩했던 도취가 가시지 않았던 밤을 뒤로 하고 다시 맑은 표정을 드러낸 아침은 다소 고요하기만 하다. 대성당들의 시간이 지속되는 것만 같은 세비야의 골목을 도보로 걸어 세비야 성당의 입구까지 왔다. 한결 더 가까워진 히랄다탑(La Giralda). 본래 "에이치(H)"에 상응하는 알파벳이 존재하는 스페인어에서 굳이 에이치(..
슈피겔라우 윌스버거 애니버서리 다이제스티브 오늘 퇴근해 보니 그것이 있었다. 슈피겔라우 윌스버거 애니버서리 다이제스티브(Spiegelau Willsberger Anniversary Digestif)라는 긴 이름을 갖고 태어난 와인잔인데, 자랑스러운 에스엠더블유에스(SMWS) 멤버였으며 위스키 동호회 회원으로서 와인 드링킹 용도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자에는 "더 글래스 오브 클래스(The Class of Glass)"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 바로 확인할 예정이다. 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은 혼자 뿐이라 2개입이나 1개입을 필요로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이 4개입으로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황홀한 곡선, 극단적 신체 구조. 스템도 높은 키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꼿꼿한 긍지의 표현처럼 느껴졌다. 글라스에 붙은 스티커 뒷면..
19년 스페인 - 세비야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뒤로 늦은 밤까지 시차적응이 되지 못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새벽꿈에서도 세비야의 골목들이 아른거렸다. 마드리드에 도착해서는 그렇게 쉽게 적응되던 시차가 조국으로 돌아온 후로는 스페인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 부부의 꿈 속에서 몇 주 동안 상실되어 본 적이 없는 주제, 세비야. 세비야에 난 길들은 모두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고 근대적 표식만을 제외한다면 중세 도시에 온 것 같은 상투적 표현을 허용할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사진가로서는 마주친 오브제를 수집하기에 더없이 적당한 곳처럼 느껴지더라도 탁트인 공간이 거의 없어 아마추어로서 좋은 구도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여기에서 길이란 길은 오래도록 직선을 가질 수 없이 구불거리고 있었으며 무한한 미로를 만들어 낸..
19년 스페인 여행 - 마요르 광장 /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마요르 광장과 마드리드 왕궁을 보는 것으로 정했다. 톨레도도 가보고 싶었지만 마드리드의 골목들이 아름다웠기에 톨레도 여행을 취소하고 마요르 광장을 거쳐서 마드리드 왕궁까지 도보로 다녀오기로 했다. 마드리드 시내에서의 모든 여행은 솔광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솔광장에서 발산했다가 다시 그곳으로 수렴하는 원심점이자 구심점인 곳. 미스터빈도 홀리데이 중인 것 같다. 플라멩코는 세비야에서 보았는데 바르셀로나 일정 때문에 세비야에 오래 머물지 못해 많이 못 본 것이 아쉬웠다. 2주간 스페인 여행 중 마드리드와 세비야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희생하게 한 바르셀로나. 정작 바르셀로나는 우리 부부에게 맞지 않는 도시였다. 마요르 과장으로 올라가는 길. 마드리드는 스페인 수도로서 대도시이지만 건..
19년 스페인 여행 - 마드리드 엘 라스트로 벼룩 시장 스페인 여행 이튿날은 일요일이어서 엘 라스트로로 향했다. 엘 라스트로는 5백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하고, 원래 평민들이 값싸게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서로 물건을 내놓고 중고거래를 하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렇게 평민들이 중고 시장을 열고 물건을 교환하던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하여 한때 금지되었다가 마드리드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엘 라스트로 거리에서 벼룩시장을 여는 것을 허용되면서 지금까지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엘 라스트로 초입까지 가판이 펼쳐지고 사람들로 붐볐다. 가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은 앤티크한 제품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제3세계 공장에서 떼온 듯한 공산품들로 가득했고 발리의 우붓시장에서 보던 라탄 가방까지 목격하면서 벼룩시장이라기 보다는 그냥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
19년 스페인 여행 - 마드리드 챔스 결승전 날 지난 2주간은 스페인 여행이었다. 마드리드에서 4일, 세비야 5일, 바르셀로나 7일의 일정으로 6월 1일 출국했는데, 공교롭게도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첫째 날 저녁은 리버풀과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있던 날이었다. 열세 시간 비행의 끝에 있을 챔스전 결승과 그것을 펍(Pub)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도취된 분위기로 관람할 생각을 하며 빨리 목적지에 닿기를 희망했다. 저녁 8시 넘어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서둘러 솔광장으로 나왔다. 티오 페페(Tio Pepe)는 스페인 쉐리 와인 브랜드로 현지 기업의 옥외 광고는 현지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더욱 갖게 한다. 트립 어드바이저를 켜고 펍이 몰려 있는 거리를 찾아 나섰다. 이미 골목 초입부터 챔스 결승을 보고 있는 인파들이 많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펍 안에 쉽게..
이글 레어(Eagle Rare) 왕좌의 게임도 끝나고, 쓸쓸한 생각에 위스키를 꺼내 보았다. 쉐리 몰트가 이렇게 귀해질 줄은 예상치 못하고 탕진해 버린 과거의 결과로 수중에 남아 있는 보틀은 이 정도 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 마실 것은 이글 레어(Eagle Rare), 오래 간만에 아드백 텀블러도 같이 마련해 보았다.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에서 나오는 이것은, 싱글 배럴도 있다고 하는데 최근에 출시되는 것들은 복수 배럴을 섞어서 만든다고 하고 싱글 배럴에서 병입했다고 해도 따로 병기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스트렝스는 90 프루프, 45도인 것으로 맞춤하고 텀블러 글라스에 담아 본다. 스월링은 되도록 세차게 하여 힘의 여지를 남겨 두지 않고, 텀블러 사이즈가 크니 넘쳐 나오지 않아 걱정할 것이 없다. 스월링을 마무리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