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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9년 스페인 여행 - 세비야 대성당 / 스페인 광장

 

세비야에 도착한 이튿날 여정은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이었다. 오후 10시가 지나야 지기 시작하는 이곳 태양의 성질 덕분에 세비야에서의 본격적 아침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도처의 어느 국가들은 써머타임이라고 해서 태양이 주는 빛을 남김없이 이용하려고 하는 반면에, 햇살이 과잉으로 넘쳐나는 이곳엔 태양에 대한 효율적 관념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전날 자정까지 마치 오늘인양 떠들썩했던 도취가 가시지 않았던 밤을 뒤로 하고 다시 맑은 표정을 드러낸 아침은 다소 고요하기만 하다. 대성당들의 시간이 지속되는 것만 같은 세비야의 골목을 도보로 걸어 세비야 성당의 입구까지 왔다.

 

 

한결 더 가까워진 히랄다탑(La Giralda). 본래 "에이치(H)"에 상응하는 알파벳이 존재하는 스페인어에서 굳이 에이치(H)를 히읗으로 발음하지 않고 무음처리를 해버린 후 알파벳 "쥐(G)"로 대용한다는 스페인어의 체계는 근대적 사고 안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다. 찾아보니 15세기경부터 에이치(H)를 에이치(H)로 발음하는 것을 천박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런 까닭에 H를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관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숙소에서 곧장 내려와 다다른 곳은 대성당의 후문쪽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부산해지고 있었다.

 

 

 

대성당 입장 티켓을 구매하면 히랄다탑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세비야 머무는 동안엔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올라갈 수 없었다.

 

 

 

대성당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빙 둘러 돌아오면 트램 정거장이 있고 이곳에서부터 스페인 광장이라든지, 세비야의 도처로 이동할 수가 있다.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를 갖지 않는 한, 결코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세비야 대성당. 각기 다른 각도에서 다른 부분에 해당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콜롬버스의 석관.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묻힌 사내는, 네 명의 왕의 어깨에 올려져 영원한 이동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성당에서 나와 스페인 광장으로 가기 위해 트램 정거장으로 이동했다.

 

 

 

세비야의 트램은 노선이 하나밖에 없어서 가는 방향만 잘 숙지하면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가 있다. 론다에 갈 때에도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했다.

 

 

점심에 가까워지니 만개한 노천 테이블들. 여행지에서 보는 것들은 대체로 잊어버리기 일수고, 결국 남는 것은 현지에서 누렸던 여유로웠던 시간, 분위기, 기후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트램에서 내려 스페인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

 

 

 

상상했던 것보다 더 거대하고 한 바퀴 둘러 거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곳이었다.

 

 

스페인 광장에 설치된 수로를 통해 보트도 탈 수 있게끔 하였는데 요금이 저렴한 편.

 

 

 

북적거렸던 세비야 대성당과 달리 넓은 공간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곳.

 

 

 

 

도시의 유해 조류 비둘기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연이어 자신을 찍고 있는데도 제 집인양 꼼짝도 하지 않던 세비야 비둘기.

 

 

 

 

아마 어린 나이의 심혼에는 연속된 기억으로 남지 않을 유년의 아이들.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자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 어른들과 달리 자기만의 속도로 세비야 광장을 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