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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9년 스페인 여행 - 론다

 

세비야로부터 당일치기 여행으로 론다를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벗어난 길은 온통 밀밭이었는데 처음엔 평원으로 시작되다 론다에 가까워질수록 고도를 높여가며 계곡과 거친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론다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누에보 다리로 내려가는 길은 이 도시의 가장 번화가인 듯 다양한 상점과 노천 카페로 가두를 잇고 있었다.

 

 

 

누에보 다리로 연결되는 론다의 스페인 광장. 세비야의 그것보다 규모는 작지만 외딴곳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 마을을 잇는 광장의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론다 스페인 광장을 돌아 오면 투우 경기장이 있는 토로스 데 론다 광장(Toros de Ronda Plaza)으로 연결된다.

 

 

누에보 다리와 나란한 높이에서 보면 여느 가교와 다름없이 보인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다고 하는데 건너편 마을도 영원한 시간의 정지 속에 있는 것처럼 오래되어 어느 곳이 신시가지이고 구시가지인지를 알기가 어렵다.

 

 

누에보 다리와 좌측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절벽을 따라 가게를 열어 놓고 있다.

 

 

 

누에보 다리 오른편

 

 

 

누에보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위쪽 마을도 아름다운 내면을 품고 있었고 점심을 먹고 탐방하기로 했다.

 

 

누에보 다리를 건축하는 데 40년을 들인 론다의 사람들. 어쩌면 내 생애에 완공될 수 없는 사역에 대해서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다음 세대로 미루어 둘 줄 아는 인내심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다.

 

 

 

 

식사를 하러 들어간 곳은 푸에르타 그란데(Puerta Grande). 여기에서도 많은 동포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꼬리찜은 코르도바에서 유래했다고 하기도 하고, 론다에서도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이라고 해서 이곳을 찾았다.

 

 

소꼬리찜이 어떤 맛을 나올지 모르니까 익숙한 맛일 포크립(Pork Rib)도 시키고

 

 

감바스도 함께 주문했다.

 

 

세비야와 론다에서는 거의 모든 가게에서 올리브를 먼저 내는데, 이전에 먹었던 다른 식당들의 올리브가 어땠는지 비교해 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어느덧 이곳은 동포들로 노천 테이블이 가득 채워졌는데 다른 식당들은 아직도 손님을 못 받고 있는 편. 겨레의 단결력에 새삼 놀라운 감정을 가졌다.

 

 

 

소꼬리찜의 맛은 갈비찜과 같은 소스와 질감으로 특별한 맛이라기 보다는 이 소재가 낼 수 있는 맛의 최대치를 그대로 낸 것 같았다. 경험치 상승을 위해 한 번 먹어볼 만한 맛.

 

 

포크립도 수준급의 맛이었고

 

 

 

감바스는 스페인에서 먹었던 새우 요리 중 가장 맛있는 축에 속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를 맛있게 잘 하는 곳인 듯.

 

 

 

인심 좋은 스페인 가게들은 항상 마지막에 리큐르를 서빙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로 리큐르를 따라 주셨다. 히메네즈 쉐리 와인으로 만들었다고 하신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누에보 다리로 건너 위쪽 마을로 가는 길.

 

 

 

 

이곳은 골목들이 한층 더 좁고 거미줄처럼 나 있으며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있지만 상점보다는 주택가가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이방인이 아니라 고향으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이로운 시각으로 이 마을을 바라볼지 궁금해졌다.

 

 

 

 

누에보 다리의 오른편을 제대로 보기 위해 들어선 곳이지만 내려가는 길을 막아놓았다. 서양인들은 철조망 사이를 벌려 아슬아슬하게 뚫고 들어가던데 위험한 것은 전혀 하지 않는 나는 포기하고 다른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마치 씨네마 천국의 어린 토토가 살던 마을과 같은 랑데부를 주었던 론다 마을. 경이로운 자연과 기적과 같은 인간의 조형물, 시골이 주는 정취가 복합적인 느낌을 가지게 했다.

 

 

 

 

누에보 다리의 왼편으로 내려가기 위해 찾아 나선 길.

 

 

 

왼쪽편은 다행히 문이 개방되어 있었다.

 

 

 

왼쪽편으로 내려서면 별세계처럼 느껴진다. 이길은 아랍 목욕탕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

 

 

 

헤밍웨이가 극찬하지 않은 도시가 없을 정도로 그의 리스트라는 것은 허풍으로도 가득찬 것 같지만, 론다는 특별하게도 그 많은 인파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소음이 계곡과 건축물의 높은 깊이에 잦아들고 시간만이 조용하게 흐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당일치기가 아니라 며칠을 묵으며 더 깊은 내면을 보고 싶은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