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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레미마틴 센토 바카라 크리스탈 (Remy Martin Centaure Baccarat Crystal)

 

오늘은 동호회에서 시음회가 있었던 레미마틴 센토 바카라(Remy Martin Centaure Baccarat)를 마셔 보기로 한다. 일명 벙거지라고도 불리는 이 꼬냑은 그랑 상파뉴 원액을 50% 사용했고, 레미 마틴 가문의 적장자인 루이 13세 바로 아래급이다.

 

 

개인적으로 꼬냑은 밀랍향 혹은 Waxy한 질감이 강해서 선호하지 않는 터라 많이 마셔보지는 않았고 헤네시 파라디(Hennesy Paradis) 정도가 이전에 마셨던 중 가장 고급이었다.

 

 

바이알 캡만 열어도 탑노트가 매우 화사하고 복잡한데 헤네시 XO 급만 하더라도 밀랍향이 강해서 거부감이 있었으나 벙거지는 포도향과 블랙체리를 함께 으깨 놓은 듯한 향기가 풍기는 게 훨씬 방순하고 프로파일이 다양한 것 같다.

 

 

꼬냑을 평소 마시지 않아 전용잔이 없는 까닭에 그나마 적합한 잔을 골라 담아 본다.

 

 

 

 

손으로 데워가며 향기를 맡아보면 40도임에도 불구하고 쨍쨍한 스피릿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Waxy한 느낌도 들지만 그것이 메인 프로파일을 차지하지 않고 그레이프와 체리류의 과실향이 한데 어우러져 우림에 들어온 듯한 서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팔레트에 올려보면 Light to Medium 바디 정도로 깃털과 같이 보드랍고, 은은한 단맛이 돌다가 입안에 넘길 때 쉐리 몰트스러운 향기도 개방된다. 피니쉬는 바로 나타나지 않으며 두 세 호흡 이상 뱉고 나서 은은하게 전개되기 시작하는 게 특징이다. 피니쉬가 처음부터 강하지 않고 한 두 모금 더해갈 수록 건포도스러운 피니쉬의 강도와 지속성이 강화되고 나중에는 건포도향에 오키(oaky)한 프로파일이 더해져 란시오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마실수록 강해지는 피니쉬에 가급적 100밀리 이상을 한 번에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 이해되었다.

 

 

그리하여 남은 바이알도 조금 더 투입. 후반부로 갈수록 탑노트에 진저향도 살짝 도는 것이 매력적이고 역시 고급 꼬냑답게 피니쉬가 길고 후각 기관의 저 깊은 곳까지 건포도향이 깊게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술의 명성도 명불허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