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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아벨라워 아브나흐 & 발베니 15년 싱글배럴

 

일주일 정도의 금주 후 발베니 15년 싱글배럴을 마셔보기로 한다. 타고난 세치혀가 하나만 마셔서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무엇과 비교되어야 상대적 위치를 깨닫는 탓에, 항상 품에 끼고 돌았던 아벨라워 아브나흐(Aberlour A'bunadh)와 비교하는 것으로 모양을 잡았다.

 

 

아브나흐는 수중에 있는 것이 56번 배치에 61.2%의 스트렝스를 가지고 있고 발베니 15년은 761번 캐스크 47.8%의 스트렝스다.

 

 

가난한 살림에 한결 같은 가격으로 의리와 소신을 보여주고 있는 아벨라워.

 

 

그리고 오늘의 메인 시음주인 발베니 15년 싱글배럴은, 사실은 예전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대상인데, 돌이켜보면 발베니 패밀리 자체를 그다지 많이 마셔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아벨라워 아브나흐는 참으로 많이 마셔오고 있는데, 위 사진은 15년도에 구했던 49번 배치의 보틀이었고,

 

 

요것은 재작년 푸켓으로 휴가갔을 때 공항에서 사갖고 간 58번 배치의 아브나흐였다.

 

 

거의 매년 휴가를 갈 때 한 병씩 사다가 리조트 안에서도 마시고 선베드에 나와서 마시기도 했던 것이 내가 들였던 매해의 습관.

 

 

이렇게 아브나흐를 대량 소비하게 된 소이연은 말할 것도 없이 맥캘란이 귀해지면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조건 때문이었는데, 저 사진이 14년도 초이니 그때만 해도 오늘과 같은 날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발베니는 그동안 마셔보았던 것은 12년 더블 우드와 발베니 Tun 1401 딱 두 종류 뿐이었고 더블 우드는 몰트 인생을 시작하던 초기에 마셨으며 그 이후 다른 정규 라인업을 마시지 않았던 것은 결국 몰트의 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몇 년 더 숙성되었느냐는 것보다는, 예외적으로 뛰어나게 뽑힌 원액과 하늘이 내리신 캐스크와 만났느냐의 여부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과거를 잠시 향수해보고, 이제 두 몰트를 글라스에 따라 본다. 왼쪽이 아브나흐, 오른편이 발베니 15년 싱글배럴.

 

 

틴트는 오른편에 있는 발베니 싱글배럴 쪽이 살짝 더 짙어 보인다.

 

 

시향은 먼저 아브나흐부터 해보고,

 

 

뒤이어 발베니 싱글배럴을 맡아 보는데, 에어링을 하기 전부터 이미 발베니 쪽이 훨씬 더 확산성 있게 쉐리향을 뿜어내고 짙은 블랙 베리향과 무른 과일의 단 향기가 아브나흐보다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아브나흐는 높은 도수에 쉐리향이 가둬진 채 쎄한 향기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한 시간 정도 둔 후 스트렝스가 낮은 발베니 쪽부터 팔레트에 올려 보니, 바디감은 미디엄 바디이지만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드라이하게 넘어가며 입안에서 쉐리향이 폭발하지 않는다. 내 혀가 잘못 되었나 하고 바로 아브나흐를 마셔보니 풀바디감 속에서도 단맛을 뿜어내며 노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쉐리향이 팡팡 터지는 것이 예전에 익히 알던 아브나흐 그대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베니를 너무 에어링 시켰던 것이 패착으로, 아브나흐와 비교하려다 같이 에어링 시켰던 것이 발베니의 정수를 날벼보낸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발베니를 조금 남겼으니 다시 제대로 된 시음은 나중에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