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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글렌알라키 10년 CS 배치3 (GlenAllachie 10 CS Batch 10)

 

최근 국내 시장에서 화제와 유명을 얻고 있는 글렌알라키. 글렌드로낙 증류소를 인수하여 맥캘란에 버금가는 브랜드 명성을 만들어낸 빌리 워커(Billy Walker)가 최근 인수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 구한 것은 글렌알라키 10년 Cask Strength Batch3. 개인적으로 각 증류소의 개성은 18년 라인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10만 초중반대에 형성되는 Cask Strength 버전도 증류소의 가능성과 역량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라인업이라 생각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Price Segment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이 맥캘란 Cask Strength였고, 아벨라워 아브나흐나 카발란과 같은 대안을 찾으러 동분서주했던 것도 맥캘란 CS가 더이상 충분조건이 아니게 된 이후부터였다.

 

 

과연 아벨라워 아브나흐 만큼 맥캘란 CS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구매하게 된 글렌알라키 CS.

 

 

재미있는 것은 상자 하단에 검은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는데 'Natural Colour'라는 표기가 감추어져 있다. 처음엔 카라멜을 통해 틴트를 높인 것은 아닌지 의심했었는데, 위스키 동호회분의 말씀에 의하면 식약청에서 위스키 자체가 자연식품이 아닌데 왜 내추럴 컬러라는 표현을 썼는가 문제를 삼아서 수입사에서 해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테이프로 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위스키에서 Natural Colour라는 표기는 카라멜 색소를 이용하여 틴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스카치의 관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Cask는 "all around world"에서 유래했다고 쓰여 있어서 쉐리 캐스크 단독 숙성이 아니구나 짐작케 하고, 실제 검색을 해보니 1st fill 버번과 2nd fill 버본 캐스크, Oloroso와 PX 캐스크를 매링해서 병입하였다고 한다.

 

 

 

처음 마셔보는 글렌알라키.

 

 

 

 

글라스에 첫 Dram을 따라 본다.

 

 

탑노트

보틀캡을 열면 버본 숙성 특유의 바닐라 향기가 먼저 느껴지고 글라스에 옮기고 시향을 하게 되면 탑노트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교를 해보면 아벨라워 아브나흐도 노즈가 강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보틀만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나, 앞서 바닐라 향기와 함께 희석식 소주와 같은 알콜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약간 역하게도 다가온다. 개봉한지 얼마 안되서 나오는 알콜 부즈라기 보다는 원액 자체가 이미 다양한 풍미를 담고 있지 않아서 나오는 알콜향으로, 레몬필의 향기라고도 봐줄 순 있지만 그후 팔레트에서 날선 알콜향이 강하게 나는 것이 시트러스 향기의 전형이라기보다는 그냥 알콜향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글라스에 옮긴 후 3~4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건포도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오고 우유향기 혹은 밀크 초콜릿과 같은 향기도 맡아진다.

 

 

팔레트

입안에 오물오물 올려보면 약했던 탑노트와는 대조되게 쉐리 숙성 몰트 다운 맛이 다소 느껴지고 빌리 워커의 글렌드로낙이 드라이했던 것과 달리 약간 스위트한 단맛을 보여주었다. 매우 녹진한 단맛을 주는 아벨라워 아브나흐보다는 낮고 맥캘란 CS나 글렌드로낙 CS보다는 조금 당도가 높은 수준이며 스파이시한 느낌은 조금 있으나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팔레트에서 복잡한 맛을 보여주지는 않고 목으로 넘길 때 희석식 소주와 같은 알콜감을 느끼게 했다.

 

 

피니쉬

한모금 넘긴 후 피니쉬는 강하게 오지 않고 우디함과 밀키함이 뒤섞인 듯한 텁텁함이 입안에 남았다. 세 모금 이상 마셨을 때 비로소 쉐리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100밀리, 150밀리 정도 첨잔을 하며 계속 마셔도 더 복잡한 프로파일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글렌드로낙 18년이 80밀리에서 100밀리 정도 연이어 마셨을 때 꼬냑스러운 피니쉬로 바뀌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

 

 

전반적으로 아직 빌리 워커가 관여하지 않은 캐스크로만 병입을 하다 보니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위스키베이스에서도 그저 참고용이긴 하지만 결코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평점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보틀이었다. 보틀 에어링을 한 후 다시 한 번 마셔봐야 하겠지만, 꽉찬 바디감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에어링을 한 후 더 보여줄 수 있는 포텐셜이 남아 있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