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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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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도를 돌아봄 시간에 대한 가역적 방식으로써 무술년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본다. 해(年)의 끝에서 금년도를 정리하는 것은 작년부터 들인 습관으로 삼았고 사건들을 기록함으로써 반복과 자기 복제의 나날로 점철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되었다. 1. 발리 여행 올해의 휴가지는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여 4년전에 다녀왔던 발리를 다시 가기로 했다. 재방(再訪)의 형태이더라도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휴가 기간 동안 도시의 전체를 알 수 없는 일이다. 14년도에는 꾸따와 짐바란을 주로 다녀왔다면 이번엔 발리에서도 가장 먼저 관광지구로 개발되었다던, 그리하여 가장 소박한 원형을 지녔다는 사누르(Sanur)를 중심으로, 우붓과 빠당빠당 등을 에워 다녔다. 사누르가 관광지로 먼저 개발되고 그후로 짐바란 등 화려한 휴양 지구가 나..
봉봉이 겨울 나기 오랜만에 봉봉이를 만나러 곡반정동으로 나섰다. 마지막으로 본 지 몇 개월이 지나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지 걱정을 아니할 수 없는데 작은 봉봉이는 없고 큰 봉봉이가 돌아와 있었다. 준비해간 참치를 꺼내 주니 작은 봉봉이랑 같이 살던 암컷냥이도 나타났다. 마지막에 작은 봉봉이를 보러 갔을 때 다른 길냥이들이 이 구역을 뺏으려 하는 것을 보면서 잘 사수하며 지내고 있을지 걱정했는데 현재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다. 치즈처럼 녹아 흐르고 있는 봉봉이 뱃살 참치를 준 이가 누구인지 기억하려고 하는지 빤히 처다 보는데 지난 봄에도 런치 보니또를 사다준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예전엔 참치를 먹으면 바로 돌아섰는데 사회 생활의 내력이 쌓였는지 부쩍 애교가 늘었다. 다음엔 더 맛있는 참치..
환절 이번 가을엔 온 몸이 앓았다. 그동안 겪지 못했던 여름이었기 때문에 가을도 그러했던 것 같다. 겨우 몸을 추스릴 수 있을 때 한 계절이 다 가버렸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요즘은 기호하던 커피를 줄이고 얼그레이를 마시고 있다. 홍차에 항염의 성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최근 1주일 동안 얼그레이만 마셨더니 이제는 홍차를 우리는 요령을 스스로 익히고 있는데 뜨거운 물을 세 번에 나누어 담아 컵의 밑부분에서부터 진홍의 차를 우려낸다. 그런 다음 두번째 물을 부으면 티백(Tea Bag)이 부유하지 않고 얌전히 밑에 가라앉아 있게 된다. 빨갛게 완성 홍차가 오후의 차로서 영국인의 습관을 지배하게 된 유래는 잘 모르지만 카페인이 있는 모든 차들이 급하게 마셔서는 안되고 각별히 시간을 들여 마셔야 하는 것에서 오후의 시간을 보내는 기호품이 된 소이일 것 같다.
봉봉이 만나기 오늘 오후부터 미세먼지가 걷혀서 봉봉이를 만나러 외출에 나섰다. 곡반정동 폴리파크에서 봉봉이 간식을 샀는데 가게 주인분이 키우는 레옹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 주변의 매점집 아이와 같은 존재랄까, 간식에 초연한 것 같다. 봉봉이 서식지로 들어가니 애옹 거리면서 간식을 졸라댄다. 동네분들이 고양이 사료를 채워주시 것 같은데 일부러 많이 먹지 않고 간식을 들고 오는 사람만 기다리는 것 같다. 츄르 하나씩 먹고 보니또도 하나씩 먹이고 나서도 아내가 준비해간 습식사료까지 먹고 있다. 그렇게 먹고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만의 수면 장소를 찾아 돌아가는 봉봉이
봄 고양이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도 줄고 날씨도 완연해서 예전에 살던 곡반정동으로 산책을 나갔다. 매화를 보기 어려운 여기에서는 봄을 실증하는 기호는, 목련이 먼저다. 곡반정동 원룸 골목에 있는 작은 놀이터. 예전에 이곳에 살았을 때에는 항상 챙겨주던 턱시도 냥이가 있었는데 작년 겨울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비올 때 나가보면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 위에 혼자 앉아 있어서 간식을 주고는 했다. 고양이가 있을까 하고 들어가 봤더니 예전에 밥을 챙겨주던 턱시도냥이 하고 너무 닮은 얘가 있어서 놀랐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당연하듯 야옹거리며 간식을 졸라댔다. 빵덕미가 넘치는 치즈태비도 같이 있었다. 둘다 숫코양이였는데, 둘이 힘을 합쳐 이 영역을 지키며 살고 있는 듯. 챠오추르를 두개씩 먹고도 더 보채는 것 같아서 주..
포도주 예전엔 싱글몰트를 주로 마셨지만 최근엔 와인을 마시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고도주를 마시면 속이 좋지 않아 포도주로 대신하는 셈. 오늘은 오래간만에 텀블러 글래스를 꺼냈다. 옛날 처음 몰트를 알아갈 때 구했던 것으로 향을 모아 주는 힘이 강하고 싱글몰트를 담으면 방 한가득 방순한 향기를 품어낸다. 코르크 개봉 향을 맡아보니 인수분해가 불가한 것이 역시 와인은 내게 어려운 것. 아내는 백도 복숭아 향이 난다고 하는데 즉각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음엔 다시 싱글몰트를 마시기로.
눈 내리던 날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일 것 같아 踏雪을 위해 나왔다. 겨울에 唯一하는 서정의 상징일 시 분명할 것 같으면서도 市中의 인간은 교통의 방해로서 인식할 뿐이다. 最寒의 추위와 極暑의 모든 계절을 인내하는 관목 누군가 남겨놓은 동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