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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가쿠빈 하이볼

 

 

 

맛에 대한 기억은 시절과 함께 기록되는 모양인지 더워지려고 하는 무렵에 바(Bar) 등에서 마시던 하이볼이 생각났다. 연예인들을 동반한 광고와 심야식당과 같은 티브이(TV) 방송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시장의 새로운 유행이 되어 버린 하이볼. 일본 작화인 『바텐더』에서도 비중있게 다루어진 이 위스키는 원래 단독으로도 마셨던 모양이지만 이 보틀이 탄생된 기원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칵테일로밖에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하이볼로 만들기 전에 스트레이트의 느낌을 가져보기 위해 텀블러 글라스에 담았다. 탑노트는 놀랍게도 무취하고 존재감이 결여된 것이, 아무리 노징 글라스가 아니었어도 느껴지는 바가 없어 신비했다. 결코 독자적으로는 소비되지 않고 다른 무엇과 섞여지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개성이 말소된 것 같은 기분?

 

 

 

입안에 머금어 보더라도 위스키 다운 다양한 풍미보다는 순수한 알콜 그 실재만이 느껴지고 종류를 따지자면 무미의 대명사를 이루는 보드카에 더 가깝게 여겨졌다. 과연 일본인들은 이런 술을 제 몸으로 견디며 시대를 통과하고 있었던 것인가, 생각하면서도 암튼 다른 대안도 많은 지금에 그냥 마실 수 있는 것 같지가 않아 하이볼 제조로 넘어갔다.

 

 

 

전용잔이 없어서 상용 500cc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스트레이트로 마실려고 했던 것도 털어 넣는다. 잔은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어 시원함을 배가했는데,

 

 

 

탄산의 종류는 토닉 워터를 넣을 수도 있고 사이더(cider)를 선택하는 부류도 몇 보았지만 내가 택하는 혼합물은 주로 진저에일로 귀착된 것 같다. 

 

 

 

하이볼로 변화시킨 후 마셔보니 오크향이 긴 피니쉬를 이루는 것이 환골을 하고 탈태를 벗은 수준. 무미했던 것이 변화하는 것이 놀라울 지경으로, 원래 고도주를 마시기 전 찬물을 마시면 미각이 깨어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도 하고 위스키에 물을 조금 타면 분자 수준에서 새로운 결합을 찾으려 하면서 맛의 포텐셜이 터진다고도 하는데 찬 얼음을 넣었고 탄산수를 부었으니 둘 중 하나 이상이 상호 원인이 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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