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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호두 차 테이블 밑에 장판을 깔아 두었더니 종종 빵을 굽는 자세로 있다. 이제는 카메라로 찍으려 해도 눈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정을 붙인 것 같은데 임보하는 기간도 이번달이 마지막이 된다.
온돌과 호두 어젯밤 날씨가 추워져 전기 장판을 깔았다. 경계심이 많은 호두는 한동안 위에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기장판 혼연의 일체가 되어 녹아 내리고 있다. 지난번 병원에 다녀왔을 때 호두의 추정 나이가 여덟살일 것 같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올해 겨울은 호두가 맞이하는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다. 하루에도 출출할 때마다 몇 번씩을 간식과 사료를 먹는데 오늘은 전기 장판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냥펀치 호두는 조심성이 많아 현관에 인기척만 들려도구석에 몸을 숨기는 버릇이 있는데 청소기에게는 반드시 냥펀치를 날린다. 길에 있었을 때에도 산책 나온 강아지들에게 몸소핵펀치를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하니대단히 복잡한 선별성과 용맹성을 가지고 있다.
햇살 마사지 얼굴에 붓기가 빠져 요새 부쩍 예뻐진 호두 카메라 렌즈가 여전히 무서운지 다가가면 눈을 질끈 감아 버려서 온전한 얼굴을 담을 수가 없다.
아침 기지개 처음에는 사료와 참치를 주면 그자리에서 모두 먹어 치웠는데, 집 고양이가 다 되어 버린 까닭인지 이제는 먹을만큼만 먹고 나중에 다시 먹는다. 사료를 먹고 나서는 기지개를 활짝 펴는 것이 호두의 습관 워낙에 평균적인 고양이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탓에 몸을 온전히 펴면 호랑이 같은 체격이 두드러진다. 기지개를 마치고 살짝 그루밍 아파트 밖에 없는 황량한 풍경이지만 바깥 구경이 소소한 낙이 되어 버린 모양인 듯 호두는 길냥이에서 집냥이가 되면서 자신이 살던 세계를 잃은 것인가 모르겠다.
주말 아침 호두 우리집에 온지 한 달과 보름을 지나고 있는데 집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이제 숨숨집에 들어가지 않고 개방된 곳에 머문다. 방석을 사다 주었지만 한두번 들어가 보고 계속 있지는 않는 것이 오랜 길 생활에 너무 푹신한 자리가 생경했던 탓인지 기호에 맞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임보냥 호두 우리의 만남은 유한한 시간을 예정하고 있으며 그 이별은 일회적이고 영원한 것이 될 것이다.
고양이 호두 추정컨대 5년 동안 길 생활을 하다가 우리집에서 임시 보호를 받게 된 호두. 이곳에 온지도 3주 정도가 흘렀는데 이제 낯가림이 덜해지긴 했지만원래 길거리 생활을 오래 한 고양이일수록 사람의 가정에 적응하는 데에 많게는 3개월이나 혹은 1년까지도 걸린다 한다. 길거리에 있었을 때 원래 호두를 돌봐주던 분이 다시 데려갈 때까지우리집에서 행복한 기억을 가질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