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선물처럼 눈이 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눈을 일상의 방해로서 여기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은데
어린 시절 눈을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미학적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유희적 성향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차츰 교통 정체를 만들어 내거나 군대에서 작업의 대상이 되는 등의 기억들이 쌓이면서
눈에 부여 되었던 속성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눈을 보면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고
아내를 데불어 수원역으로 나갔다.
세밑 때 한번 찾아와 먹었던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길이다.
라매자를 검색해 보면 수원역에서 두 군데가 나오는데
에이케이(AK) 백화점 바로 앞에 있는 이곳은 마라탕과 면류 등을 중심으로 음식을 내고
수원역에서 좀더 올라간 매산동쪽 라매자에서 훠궈 등을 판다.
백화점 건너편의 라매자는 훠궈는 아예 내지 않기 때문에
양자를 교계(交界)하여 잘 찾아가야 한다.
나는 마라탕을 주문하고
아내는 우육탕면을 시켰다.
마라탕의 모습
일반적으로 먹는 훠궈의 홍탕 국물에
당면과 여러 채소들, 건두부 등만을 넣어 먹는 맛
음식을 주문할 때 매운 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보통으로 먹고 있다.
채소와 당면이 잘 섞이도록
저은 다음에 흡입을 시작
같이 시킨 물만두
마라탕도 양이 크고 물만두도 많아서
각자 면을 먹고 물만두를 먹으면 한 두개는 남길 정도로 양이 많다.
만두는 소스에 찍어 먹고 반쯤 남은 것을
마라탕 국물과 같이 먹으면 별미
이렇게 눈 온 날의 싱숭함을 구현하고
내일까지 눈이 더 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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