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7년을 돌아봄

OpusIdee 2017. 12. 29. 16:07


새해가 다가오면서

올해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해 보려고 한다.


아내와 나의 삶에 전환적 변화를 주었던 것이나

성취를 통한 것, 추억의 목록에 추가된 경험들을 떠올려 본다.




1. 길냥이 호두



올해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길냥이 호두를 거두어 들인 것.

엄밀하게는 약 5개월간 임보를 하고 이제 곧 주인분의 품으로 돌려 보내야 하는데


7~8년 동안 길에서 생활하다 처음 사람의 집안으로 들어와 집냥이로 변모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생명을 보호하게 되었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길에서 생활하고 있던 당시의 호두의 모습.


호두는 원래 주인분이 사시는 아파트에서 집도 만들어 주시면서 몇 년간 밥을 준 고양이인데 지난 장마철에 형제 길냥이 두마리가 호두의 영역에 넘어와서

집과 밥그릇을 모두 빼앗으면서 주인분이 거두어 들여야겠다고 마음 먹으신 고양이다.


그런데 이미 주인분 집에 고양이 세 마리가 있어서 호두를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가족분들이 곤란해 하고 있는 상태였고, 마침 주인분이 올해말 정도에 분가해서 독립하실 예정이라

우리 부부가 그때까지 임보하기로 결정했다.





장마철에 집 빼앗기고 자동차 밑에 들어가 있는 호두.


자동차 그을음 때문에 털 관리가 안 되어 처량해진 모습에 호두를 임보해야 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우리집에 와서 목욕을 시켜 준다음 거실에 옮겨주었더니 한 달 이상은 소파 밑이나 티브이(TV)장 밑에

숨어 있다가 간식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만 나왔다.


추정컨대 약 7~8년을 길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길에서 오래 있었고양이들은 집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되기까지 빠르면 한달, 긴 경우는 1년이나 2년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도 처음이라 잘 몰라서 바로 거실에 화장실과 간식 그릇, 숨숨집 등을 마련해 주었는데

원래 길냥이를 처음 집에 들여올 때는 비교적 좁은 공간인 베란다나 작은 방등, 영역 동물인 고양이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공간적 생경함을 최대한으로 줄여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그냥 냄새만 맡아보고 들어가지 않았던 숨숨집에도 들어가고

지금은 온 거실을 돌아다니면서 문틀이나 식탁 다리 등에 머리를 문질러 가며 자기 냄새를 마킹하고 다니고 있다.


긴 경우에는 1년 동안이나 숨어서 지낼 수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정확히 한 달여가 지나고 적응을 시작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두의 적응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아내가 청소기로 거실을 돌아다닐 때 청소기에 냥펀치를 날리는 모습인데,


이제 우리집을 자기의 고유한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원래 호두 주인분도 이제 새집을 얻어서 내년 1월 2일이 되면 호두와 이별하게 된다.



       


거실에 나올 때마다 항상 눈뽀뽀를 날려주는 호두리 군...


이제 곧 이별.



2. 푸켓 타운 여행



우리 부부의 추억 목록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은

올해 여름 휴가 때 다녀온 푸켓타운.









작년엔 빠통비치와 수린비치 쪽을 다녀왔고 올해는 푸켓타운과 카타비치 쪽을 여행했다.


아내는 항상 동남아 쪽으로 휴가를 간다며 지루해 하지만 성장형 체질인 나는 어린 시절 고향과 같은 풍경에

마음의 안정과 향수를 느낀다.





특히 푸켓과 같은 동남아 휴양지를 좋아하는 것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까닭인데


보통은 7박이나 8박으로 휴가를 가는 편인데, 매일 발 마사지나 오일 마사지를 받는다.






푸켓 타운은 일요일에 교통을 통제하고 시장을 열고,


시장 곳곳에서 버스킹도 하고 볼거리들이 많아 축제 같은 호의와 환영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날이 선선해지기를 기다려 밤 늦게 선데이 마켓에 갔지만


무더웠던 날씨가 기억에 남는다.









귀가를 서두르고 있는 푸켓 주민들의 오토바이 행렬.


푸켓 타운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바다를 보며 본격적인 휴양을 위해 카타비치로 이동했다.











무한한 파도의 반복을 보면서 여유를 느끼다가도

임박한 휴가 시간의 종료에 초조함도 느끼는 것이 매년 되풀이 되는 공통된 감정이다.














리조트에서의 무한한 바다의 소리와 풍경을 소비하는 것이


휴양지에서의 일상.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했던 인공 파도에서 서핑을 할 수 있는 곳도 가보았으나


큰 재미는 되지는 않았다.




3. 독서



매년 마음의 인식에 큰 변화를 줄 만한 책이나 사상을 찾게 되는데

올해 읽었던 책은 그렇게 큰 사상적 전환을 준 것은 없었다.


기억 나는 목록을 나열해 보자면


1) 장 보드리야르, 『사물의 체계』

2) 김훈, 『남한산성

3)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정도인데 


김훈 선생의 글 중에서는 서문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신생의 길은 죽음 속으로 뻗어 있었다. 임금은 서문으로 나와서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길은 땅 위로 뻗어 있으므로 나는 삼전도로 가는 임금의 발걸음을 연민하지 않는다."



올해 읽었던 빈약한 독서 목록을 확인해 보니

내년도에는 보다 철학적 성숙과 그리스적 인간 완성에 더욱 매진하기로 결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새해는 어떤 일이 있을지.